메모하며 사는 생활.
메모하며 살지 않으면 영위되지 않는 생활.
순서를 매겨 할 일을 메모하고, 그 순서에 따라 하루를 마치는 생활.
'오늘부터 활동 재개'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떤 활동일지 다른 이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퍼지는 새벽 2시.
생각하는 것이 괴로워서, 고민하는 것에 지쳐서
'기능적으로 살자'고 다짐한 것이 벌써 반년.
마음은 편한 날들이었던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고민도 없이, '기능적으로' 배운 바를 활용해 당장의 일들을 처리한다.
사람에 대한 고민도 없이, 가벼운 대꾸만으로 인간관계를 이어나간다.
인생의 목표, 혹은 꿈이라 이르는 것을 잠시 덮어두고
모든 생각을 뒤로 밀어낸 나, 겉치레와 경직된 자세를 걷어낸 나는 정말 어떤 모습일까.
그걸 알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볼 수 있었던 나는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싶은 사람, 그래서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었다.
미움받는 것에 약하지만, 이제는 28해 동안 다져놓은 견고한 방어막으로 그런 감정을
가볍게 쳐낼 줄은 알게 된 사람이었다.
마음의 안정을 원하지만, 안정된 순간 생기도 잃어버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불안정한 마음으로 28해를 살아냈으니, 그런 불안정한 마음과 거기서 오는 고민과 생각들로 인해
'내가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실감하는 모자란 사람, 괴로움을 자처하는 사람, 그러나 그것을 이제는 즐길 줄도 알게 된 사람.
그래서 지금 생각한다.
고민은 괴로운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이제는 마음을 닫지 말고 다시 많이 생각해보자고.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금씩 사람을 믿게 되었다는 것.
다른 이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는 것.
내가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도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었다는 것.
그로 인해, 앞으로 내가 생각할 것들, 고민하는 것들, 쓰는 것들은 어딘지 몇 년 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 같다는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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