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권함


자기만의 방_ 자전적인 글쓰기는 그만... 텍스트의 즐거움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나의 점수 : ★★★★★









어떠한 정신 상태가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데 적절한지에 대한 물음으로 돌아왔습니다.

(...)

예술가의 마음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있어서는 안 되며, 소비할 수 없는 이물질도 나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요.

(...)

셰익스피어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이유는 그가 원한이나 악의, 반감 등을 보이지 않게 감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

상처받은 것에 대해 항의하고 설교하며 비난하고자 하는 모든 욕망, 복수하고자 하는 욕심, 세상을 어떤 고통이나 슬픔을 목격하는 증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그의 안에서는 모두 불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따라서 그의 시는 자유롭게 유유히 흘러나옵니다.



** 
인물에 내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인물 그대로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
나는 이래서 안 된다. 인물을 통해 나를 대변하려 드니까.

아이다호(1991), 섞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영화,연극,전시회 ETC

아이다호
리버 피닉스,키아누 리브스,제임스 루소 / 구스 반 산트
나의 점수 : ★★★★

지루하지만 좋은.












구스 반 산트 감독과는 상성이 잘 맞는 듯하다.
작년 말에 본 레스트리스. 여기서는 잔잔한 감동과 따뜻함을 주더니 아이다호에서는
쓸쓸함과 외로움을 안겨주셨다.
(시기적으로는 아이다호가 훨씬훨씬 먼저 나왔지만..)


어머니가 정부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고아가 된 마이크(Mike Waters: 리버 피닉스 분)는 거리의 부랑아로 고향 아이다호를 떠나 포틀랜드 사창가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에게는 기묘한 병이 있다. 긴장하면 갑자기 잠들어서 혼수상태가 되는 '기면발작증'이 그것. 그런때, 그를 도와주는 것은 유일한 친구 스코트(Scott Favor: 키누 리브스 분)는 포틀랜드 시장의 아들로 태어나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부친에 대한 반발로 가출해서 방황을 하는 청년이다. 어머니를 늘 그리워하며 정에 약한 마이크에게 동정을 느끼는 스코트, 둘은 우정과 동성애적인 사랑이 뒤섞인 감정을 느낀다.

네이버 줄거리 중..

너와 나는 둘도 없는 사이였지만, 본질적으로 향한느 삶의 방향은 달랐던 거지..
마이크는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깨닫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짐작하고 있었으므로...
널 탓하지도, 나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그냥 이대로 너는 너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사랑의 블랙홀, 1993. 결정에 따르는 삶, 그리고 조금은 따뜻해지길... 영화,연극,전시회 ETC

사랑의 블랙홀
빌 머레이,앤디 맥도웰,크리스 엘리엇 / 해롤드 래미스
나의 점수 : ★★★★★













 <출발! 비디오여행>에서 숱하게 다뤘던 그 영화, 바로 <사랑의 블랙홀>이다. 


자기 중심적이고 시니컬한 TV 기상 통보관 필 코너스(빌 머래이 분)는 매년 2월 2일에 개최되는 성촉절(Groundhog Day: 경칩) 취재차 PD인 리타(앤디 맥도웰 분), 카메라맨 래리와 함께 펜실바니아의 펑추니아 마을로 간다. 봄을 대표하는 2월 2일인 이날은 우드척(Woodchuck: Groundhog)이라는 다람쥐처럼 생긴 북미산 마못(Marmot)으로 봄이 올 것을 점치는 날이다. 목적지에 도착할 필은 서둘러 형식적으로 취재를 끝내지만 폭설로 길이 막혀 펑추니아로 되돌아온다.

  다음 날 아침, 낡은 호텔에서 눈을 뜬 필은 어제와 똑같은 라디오 멘트를 듣게 되고, 분명히 성촉절 취재를 마쳤건만 축제 준비로 부산한 마을의 모습을 보고 경악한다. 자신에게만 시간이 반복되는 마법에 걸린 필은 특유의 악동 기질을 발휘해 여자를 유혹하기, 돈가방을 훔치기, 반복되는 축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이틀, 절망한 필은 자살을 기도하지만 다음날이면 항상 침대 위에서 잠이 깬다. 그에겐 죽음이 아닌 성촉절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인데.

- 네이버 영화 줄거리에서


 Anyway 같은 날이 반복된다는 것, 필(빌 머레이)이 반복되는 하루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또 리타(앤디 맥도웰)를 사랑하기에, 매일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가고 알게 된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그런 줄거리의 영화.

이전 기억으로는, 리타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하루를 요긴하게 이용하여 결국 사랑을 이룬다는 것이 전체 줄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사랑말고도, 삶에 대한 태도나 다른 이를 대하는 조금은 다른 마음가짐 같은 것들이 세심하게 담겨 있는 영화였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지겨워 하던 필이 어느 날을 기점으로 이렇게 외친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겠어!" "결정에 따라 사는 거야."

난 인생의 길들을 내 마음의 결정에 따라 밟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쩌면 살면서 순차적으로 따라야 할 길, 그 안에서 한정된 선택을 해온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회가 요구하는 통과의례를 당연하게 따르는 순응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여겼던 것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의례를 따른 시간이나 발을 디딘 위치가 달랐을 수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저기서 충실하게 사회가 요구하는 바를 따르는 삶을 사는 사람과 그래도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여긴 내 삶은, 실제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결정에 따르는 삶.

그렇다면 내 결정은 무엇인지, 거기에 따르는 삶은 어떤 모습일지 진지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가 아닌지 고민하는 시간.

이제는 진지해지기로 결정하기.
내 꿈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꿈을 제대로 따르기로 결정할 것이냐, 조금 더 보류할 것이냐 결정하기.

실패할 것이라 예상하고 미리 구실 만들어놓지 않기.

성공하는 삶보다는 만족하는 삶 살기.




5년 뒤에는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기를 바라며 2012



5년 뒤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직업을 택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어떻게든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것.
둘째, 경력이 쌓이면 프리랜서가 가능하다는 것.

허나 겪어본 바로는 늘 내가 좋아하는 책만 할 수가 없고, 원하는 방향으로 책을 만들 수 없다는 데 괴로움이 있었고,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단순한 외주자, 하청업체 수준의 페이와 대우를 받는 것이 이 직업의 프리랜서 현실이었다.


최근에는 전 직장과 지금 직장을 종종 비교하게 되는데, 어디가 더 좋다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을 대하는 자세 면에서는 전 직장이 더 좋았고, 경험을 쌓는다는 면에서는 지금 직장이 더 좋다는 느낌이었다.

여기 와서 책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는 내 꼴을 보니, 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잘 만드는 공정이 아닌지라 책 만지는 일이 조금씩 보람 없고 의미 없는 일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오랫동안 책에 애정을 갖고 만들기가 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시스템의 문제로 이렇게 애정이 식는 일도 있겠구나 싶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고, 나름대로 겪지 못했던 것을 배워가며 내 안에 남들 못지 않은 경험이 쌓이고 있다는 실감에 기쁘게 일하고는 있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가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이 일을 그만두고, 이 직종에서 더 일할 것인가 혹은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해졌다.
대학 때부터 이 직업 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난감한 의문이었다.

잠시 생각해본다. 5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일 것인가,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그리고 다짐한다. 다시 목표를 세우고 조금씩 해보자고. 



나는 생활을 하는 것인가, 인생을 사는 것이가 2012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감정이 좋아서, 그 감정으로 인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내가 좋아서
사랑하고 싶어 했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 되돌아본 적이 있었다.

지금은 쓰고 싶은 것이 있어서, 내 안에 참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좋아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격정의 시간을 한 시절 지나고 마음속의 많은 것이 쓸려 나간 뒤,
안다고 생각했던 감정과 단어 들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허방하게 널부러져 있다.


생각하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고, 아무것도 쓰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닌데,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음미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이런 생활에
갑자기 진력이 나서 끄적여보는 말이다.

20대 초반 이후로, 잠적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흔히 '잠수'라고 하는 것.
내 안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이에게 빈 자리를 안겨주고 싶어서 하는 어리광이라는 생각에
잠수라는 것이 아주 유치해 보였다.
이후로 늘 잠적을 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이겨내려 애썼는데
오늘 지금 이 순간엔, 문득 내 생활을 한 번에 정리하고 어딘가에 틀어박혀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으며
그 안의 인물과 감정들을 음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얻자고 이렇고 있는 것인지.




메모하며 사는 생활. 2012




메모하며 사는 생활.
메모하며 살지 않으면 영위되지 않는 생활.
순서를 매겨 할 일을 메모하고, 그 순서에 따라 하루를 마치는 생활.



'오늘부터 활동 재개'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떤 활동일지 다른 이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퍼지는 새벽 2시.

생각하는 것이 괴로워서, 고민하는 것에 지쳐서 
'기능적으로 살자'고 다짐한 것이 벌써 반년.

마음은 편한 날들이었던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고민도 없이, '기능적으로' 배운 바를 활용해 당장의 일들을 처리한다.
사람에 대한 고민도 없이, 가벼운 대꾸만으로 인간관계를 이어나간다.

인생의 목표, 혹은 꿈이라 이르는 것을 잠시 덮어두고
모든 생각을 뒤로 밀어낸 나, 겉치레와 경직된 자세를 걷어낸 나는 정말 어떤 모습일까.
그걸 알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볼 수 있었던 나는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싶은 사람, 그래서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었다.
미움받는 것에 약하지만, 이제는 28해 동안 다져놓은 견고한 방어막으로 그런 감정을
가볍게 쳐낼 줄은 알게 된 사람이었다.
마음의 안정을 원하지만, 안정된 순간 생기도 잃어버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불안정한 마음으로 28해를 살아냈으니, 그런 불안정한 마음과 거기서 오는 고민과 생각들로 인해
'내가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실감하는 모자란 사람, 괴로움을 자처하는 사람, 그러나 그것을 이제는 즐길 줄도 알게 된 사람.

그래서 지금 생각한다.
고민은 괴로운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이제는 마음을 닫지 말고 다시 많이 생각해보자고.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금씩 사람을 믿게 되었다는 것.
다른 이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는 것.
내가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도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었다는 것.
그로 인해, 앞으로 내가 생각할 것들, 고민하는 것들, 쓰는 것들은 어딘지 몇 년 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 같다는 예감.


2012년, 오랜만에 내 생각을 손끝으로 옮기며 2012



#1

내 미래에 대한 불안은 커녕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2012년을 열며 일기를 하나 올렸고, 지금 이 일기를 쓰는 시점은 2월하고도 말일에 가까운 날이다.

나는 현실성 있는 고민은 잘 하지 않는 편이었고, 
대개 한다는 생각들이 '나는 지금 가치 있는 길을 걷고 있는가, 내가 가져가려 하는 것이 진정 가치 있는 것인가
이들 사이에서 내 존재란 어떤 의미인가' 
특히 '나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기 위한 깊고도 소심한 생각의 과정들'이 전부였다.


최근 했던 고민들을 되새겨 보면...음...
어찌나 머리가 굳었는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지만, 그래도 되새겨 보면...

'내가 이쪽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실력 없다고 구박덩어리 되면 어쩌지?'
'감각이 너무 다르면 어쩌지?'
'내가 경력을 잘 쌓고 있는 거 맞을까?'
'내가 배우려 했던 걸 익히고 나갈 수 있을까?'

같은 지극히 물적인 쪽으로 치우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그렇게 생각하면서 버티는 느낌이다.
겪어 봐야만 아는 일들,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일들만 가득한 요즘이라
뭔가를 섣불리 재단하여 평하기도, 고민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기만 하다.



#2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려 한다.
그 끝에 올 광경이 어떨지 내눈에 선하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