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권함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텍스트의 즐거움





옴진리교.

내 기억 속의 옴진리교는 일본의 어느 독특한 종교 정도였다.

어렸을 때 TV에서 옴진리교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던 시기가 있었다. 

별별 종교가 다 있는 일본에 어느 신흥종교가 또 세력을 확장하는 중인가 정도로 치부하고 지나쳤다.

무슨 이유로 일본의 신흥종교일 뿐인 사이비교단이 우리나라 방송에까지 빈번히 언급되는지는 몰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옴진리교는 옴진리교 대로 뭔가 있고, 다른 한 편으로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

방송에서 바쁜가 보다, 하고 여겼던 듯하다.


'언더그라운드'를 읽었다.(참고로 번역은 양억관 씨)

책 뒷표지에는 지하철 사린 사건이라는 낯선 단어가 있었다.

사린? 살인?

내 연상은 이 정도였다. '사린'이 살인의 오타 정도는 아니었을까 하고. 사실 뒷표지에서 그만큼 큰 실수를 할 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책을 읽으며 '사린' 이라는 것이 독가스의 일종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옴진리교라는 사이비 교단이 사린 가스를 지하철 곳곳에 살포하라는 명을 내렸고, 그걸 곧이곧대로 실행한 신도들 탓에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으며, 평생 지울 수 없는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무라카미는 피해자들을 수소문하여 일일이 찾아가고 인터뷰하여 그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옮겼다.


사실 처음에는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다.

피해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생생한 체험담이었고, 각 경험담이 길지 않아 지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같은 패턴의 내용이 반복되니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집중력이 떨어진건 350쪽을 넘기면서였다.

1. 그날은 평소와 다름 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기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2. 이상한 냄새도 났고, 나 역시 조금 기침이 나왔지만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라고 여겨 그대로 출근했다.
3. 밖으로 나왔는데 이상하게 하늘이 어두웠다. 난 날씨가 이상한 줄로만 알았다. 회사에 가서야 이상한 일이 벌어졌음을 알았다.
그래서 병원에 갔고,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그 후유증이 길게 남아 예전 같지가 않다.

심각한 사례도 있었지만, 대개 이 정도 내용이다.
무라카미 본인도 책을 통해 말하지만, 비슷한 경험이 반복되는 구성이라 지루하다.
읽은 지 꽤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나, 무라카미가 하는 말인즉 이러했던 듯하다.

"방송에서는 옴진리교를 이미 흥미본위로 다루고 있고, 피해자들 역시 과거의 일을 다루듯, 당시 피해를 입었고, 옴진리교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식으로 뭉뚱그려 치부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이 아니라 '피해자 한 명 한 명'이
그 일로 인해 어떤 인생을 살게 되었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비슷한 경험이 아니라 피해자들에게는 '유일한 경험'이다."

책 말미에 옴진리교에 빠지는 사람들을 생산해 내는 시스템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지만, 위와 같은 이유가 더 큰 비중이었으리라 본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평범한 아침을 보내고 여느 때처럼 출근을 했는데 예기치 못한 테러에 휩싸여 평생을 손이 곱거나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로
보내게 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또한 앞으로 살아갈 방향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덧글

  • 칭칭 2015/04/13 09:35 # 삭제 답글

    저도 같은생각시네요. 처음에는 몰입해서 읽다가 300 페이지 넘어가니까 계속 같은 내용이 반복되어 진도가 안나갑니나. 보통 책읽을때 몰입해서 빨리읽어 마무리하는편인데 이책은 몇달을 조금씩보고있네요. 지금 635 페이지보고있으니 금방 다읽겠네요. 2편이 그나마 더잼있다니 조금만참고 더읽어 마무리하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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