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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페렉 <사물들> 텍스트의 즐거움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지도 않았고 외출을 하더라도
언제나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뿐이었다.
하지만 뻔한 이유이기는 해도 돈이 새로운 필요를 부추겼다.
조금이라도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면 달랐겠지만 당시 그들은 생각이란 걸 하지 않고 살았기에,
어느 정도까지 자신들의 가치관이 바뀌었는지 의식하지 못했다. 
외모뿐 아니라 자신들을 둘러싼 모든 것, 중요하게 여기던 것들이 얼마나 변해 버렸는지,
그들의 전부가 되어버린 것들을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면 진정 놀랐을 것이다.

- 38쪽


하지만 오늘날 현대사회는 사람들이 점점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게 되어가고 있다.
누구나 부를 꿈꾸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여기서 불행이 시작된다.

- 63쪽


뭐라고, 꽃이 만발한 들판을 거니는 대신 창 딸린 사무실 책상 뒤에서 좋은 시절을 다 보내라고?
승진 발표 전날 희망에 들떠 가슴 졸이라고?
계산적이 되어 술책을 부리고, 화를 꾹 참아내라고? 
시를 꿈꾸고, 야간 열차와 따뜻한 모래사장을 상상하는 내가?
젊은이는 마음을 달래며 할부 판매의 덫에 걸려든다. 
그 이후로 그는 제대로 걸려들어 빠져나오지 못한다.

- 64쪽


그들은 삶을 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사방에서 삶을 누리는 것과 소유하는 것을 혼동했다.
그들은 시간의 여유를 갖고 싶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어 했지만, 
그들에게 무엇 하나 가져다주지 않는 세월은 마냥 흐르기만 했다.
결국, 다른 이들이 삶의 단 하나의 성취로 부를 꼽게 되었을 때, 그들은 돈 한 푼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 65쪽


그들은 속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조롱하는 세상의 충실하고 고분고분한 소시민이었다.
기껏해야 부스러기밖에 얻지 못할 과자에 완전히 빠져 있는 꼴이었다.

- 79쪽


오늘날 물질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현대 문명의 풍요로움이 어떤 정형화된 행복을 가져다주었지요.
현대사회에서는 행복해지기 위해 전적으로 '모던'해져야 합니다.
(......) 실비와 제롬이 행복하고자 하는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벗어날 수 없는 사슬에 걸려든 겁니다. 
행복은 계속해서 쌓아 올려야 할 무엇이 되고 만 것이지요.
우리는 중간에 행복하기를 멈출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 142쪽(작품해설 중)


그랑 부르주아가 누리던 사치와 호사를 보통 사람들이 꿈꿀 수 있게 되자
마치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처럼 가까이 있기만 한 사물들에 대한 갈증 또한 지독한 시기였다. 

- 143쪽(작품해설 중)


실비와 제롬은 모두를 대신해 꿈꾸고 좌절한다. 
다른 곳을 찾아 무작정 떠났다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그들의 위험한 모험은 
당시의 갖지 못한 자들이 넘보던 무모함이었다.

- 144쪽(작품해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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