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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는 것에 굶주려 있는 사람처럼. 2014


오랜만에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소심함과 찌질함, 자발적인 고립감에 파묻혀 관계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던 길고 긴 시절을 보내고
이제서야 "남들이 보는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때가 도래했나 싶었다.
정말 인생은 알 수 없고, 함부로 계획하며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는 서른 살의 3월이다.
서른이 되니, 능력과 인정이라는 새로운 고민의 챕터를 열고 이제 막 그 챕터의 두 페이지 정도를 읽어나간 느낌이다.

그러니까,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사실은 이거다.
될 일은 어떻게든 되고, 안 될 일은 어떻게 해도 안 된다.
그러니, 우선 당장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서 하고
안 되더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을 것.
나답게 할 것.

인정받아야 한다는 조급함에 스스로도 납득되지 않는 사항들을 진행시키지 말 것.
좋은 컨텐츠라고 생각되면 확신과 충분한 근거를 갖고 상대방을(=사장을) 설득시킬 것.

아는데, 감정상태가 저하되고 활력이 떨어진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여전히 '남의 시선'을 신경 쓰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의 남의 시선은 사실 내 주변의 대다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딱 한 사람. 사장이다.
내가 거지같고 어른과 사장으로서의 미덕이라고는 손톱의 때만큼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장일지언정
이 사람한테 일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고 내 기획을 추진해갈 수 있어야 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 이 사장 밑에는 지금 출판계에서 날고 긴다 하는 쟁쟁한 주간들이 거쳐갔다.
그런데 이 주간들 역시 기획력만 쪽쪽 빨리고 사장의 악덕한 계략에 이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이 사실들로 추론하건대, 사장한테 인정이란 자기한테 이득되는 것을 가져다주는 사람, 그 이상은 아닌 것이고
이득을 가져다주다가 자신의 권위가 약해질까 우려되면 어떻게든 구실을 붙여 회사에서 나가게 만든다.
그런 사람들도 사장의 행패에 내쫓기다시피 나가게 되었는데, 만에 하나 내가 그런 경우를 당한다고 해도
전혀 부끄러워할 일은 아닌 것이다. 내 문제라기보다 이 사장이 워낙 그런 사람일 뿐이니까.

나 스스로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덤벙대는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늘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왔으니, 성실함과 늘 발전하려고 노력하려는 내 천성을 믿으면 될 일이다.
여기에서 어떻게든 하려고 하기보다 길게 보고, 내 색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건 알고 있으나, 이렇게 흔들리는 때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우선 컨펌을 받고 기획이 하나 제대로 성사가 되어야 안심이 될 것 같다.


(++ 하나 더)

눈에 띄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디자인/예술 분야라 그쪽으로 기획을 하고 있지만 이게 내 방향이 맞나, 하는 고민이 있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대로 이어져왔다.
이쪽 분야로 밀고 나가겠다, 하면 아마 나중에 나는 이쪽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분야에 얼마나 애정이 있느냐, 내가 가치 있는 것을 선택했느냐, 또 나는 이 분야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했느냐를
늘 잘 생각해봐야 한다.

(+++ 또 하나 더)

내가 질투하고 동경하는 부류는 어떤 사람들인가?
그걸 생각해야 한다. 질투하고 동경한다는 것은, 저 사람들이 부러운데 나는 그렇지 못해서 생기는 감정이니.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그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하다.
사람들을 만나서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누고, 가치 있는 담론을 알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좋다.
그 안에 섞여 있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그러니,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한 번 다짐해보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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